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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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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12] 반장님, 오 나의 반장님 최고의 룸메, 이반장님 전에도 몇 번 글에 적었지만 노가다판의 평균연령은 꽤 높다. 우리 업체의 인력들이 대부분이 60대 중반이어서 그런지 30대 중반인 내가 느끼기에는 꼭 아버지 친구분들을 모시고 일하는 느낌이다. 특히 내 룸메인 작업반장 이반장(님)은 나이는 호적상 60대 중반이라고는 하는데 얼굴이 너무 노안이라 꼭 할아버지 모시고 사는 것 같다. 실제로 가정에서는 손자와 손녀를 둔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래도 꼰대 스타일은 전혀 아니고 오히려 나를 잘 배려해 주셔서 내가 지금까지 함께한 여러 노가다 룸메들 중에는 최고다. 이반장에 대해 좀 더 설명해보자면 키는 그 나이대 사람들 치고는 꽤 큰 편인 170대 중반으로 보이고 매우 말랐다. 전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큰 병을(아마 대장암이었던 것 같다.) ..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11] 우리들의 아침을 열어주는 TBM 시간 군대에는 아침점호, 노가다는 TBM 군대에서 아침 점호가 있다면 노가다 현장에는 TBM이라고 불리는 아침 조회 시간이 있다. TBM이란 Tool Box Meeting의 약자로, 오전 일과가 시작되기 전에 현장 업체의 인원들이 둥그렇게 원으로 둘러모여서 하거나 오와 열을 맞춰 격자모양으로 서서 하는 조회다. 현장에는 다양한 공종의 업체들이 모여서 공사를 한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지금 현장만 하더라도 배관, 서포트, 전기, 철골 등의 업체가 서로 얽혀서 일하기 때문에 TBM을 통해 각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작업에 있어 양해를 구할 내용을 공유한다. 말하자면, 오늘 A지역은 시멘트 타설을 하기 때문에 배관팀은 시멘트 양생이 끝날 때까지는 A지역 작업을 미뤄주세요ㅡ 등의 이야기를 하는거다. 그리고 오늘 작업..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10] 믹스커피에 대한 단상 야구선수에게 껌이 있다면 우리들에게는 믹스커피가 있다 음식이 어떠한 특정 집단을 대표하는 경우가 있다. 불고기나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고, 피자와 파스타는 이탈리아를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음식은 특정 나라를 대표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특정한 직업을 떠올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TV에서 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야구선수들이 껌을 씹으면서 경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할리우드 영화를 보다 보면 미국 경찰들은 야간 순찰 도중에 커피와 함께 꼭 도넛을 먹는다. 야구선수들에게 있어서 껌, 미국 경찰들에게 있어서 도넛. 그러면 노가다 일꾼들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단언컨대 그것은 믹스커피라고 말할 수 있다. 믹스커피는 노동자들의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음식이다. 노가다 현장에서만큼은 믹스커피는 기호품..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9] 오래된 모텔은 우리들의 안락한 휴식처 가까운게 최고야 드디어 일과가 끝났다! 저녁을 먹고 나면 이제부터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모텔에 가서 샤워하고 푹 쉬어야지.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모텔은 현장에서 5분~15분 내외의 거리에서 선정된다. 누가 뭐래도 가까운 곳이 최고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허물 벗어내듯 작업복을 훌훌 벗고 샤워를 샥샥 간단하게 한다. 샤워를 하면서 오늘 입었던 속옷과 양말을 빨랫비누로 살살 비비고 발로 꽉꽉 밟아서 빨래한다. 혹여 내 룸메가 먼저 샤워를 하는 날이면, 나는 룸메가 샤워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욕조에 따신물을 가득하니 받아놓고 전신욕을 즐긴다. 몸을 물에 푹 담그고 챙겨간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보거나 넷플릭스로 짧은 드라마를 보면 그날 피로가 다 풀리는 느낌이다. 아 참, 그런데 대체 숙노는 어떤..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8] 함바집으로 가자. 배를 채우자. 일하다보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그렇잖아도 배가 고픈 참이었다. 노가다는 기본적으로 몸을 쓰는 일이다. 연료를 충분히 채워줘야 차가 앞으로 나아가듯, 노동자들도 배를 든든히 해야 힘차게 일을 하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가다꾼들이 밥을 먹는 식당인 함바집은 정말 중요하다. 맛있는 밥을 먹고 현장에 가서 일해야 하는데 아침부터 맛없는 반찬과 밥을 먹으면 기분 잡친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지금 내가 다니는 현장은 지금 먹는 곳에 이르기까지 함바집을 무려 세 번이나 바꿨다. 첫 번째 집은 쌀이 맛없다고 바꿨고 두 번째 집은 저녁에 안주로 삼을만한 찬이 부족하다고 바꿨다. 저녁에는 술 한잔 기울이면서 퇴근하는 반장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까탈스럽다고 할 정도로 먹는 것에는 엄격하며 진지하다. 작업반장이..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7] 노가다 뉴비의 시작, 안전관리자 & 화기감시자 (feat. 신호수) 노가다에 대해서 진짜 1도 모르는 뉴비라고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노가다판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평등한 공간이다. 이제 막 현장에 적응하는 뉴비들을 위한 클래스에는 ‘안전관리자’ 그리고 ‘화기감시자’가 있다. (이하 ‘안전’, ‘화기’라고 지칭하겠음) 일단 이 두 개 클래스에서 시작해서 용접공, 배관공, 전기공 등 다양한 클래스로 전직을 시도하면 된다. 안전과 화기는 노가다판에서 일을 시작하는 가장 안전하고 부담이 없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전관리자, 화기감시자로 시작해서 현장을 눈에 익히고 전직을 시도하자. 안전관리자와 화기감시자의 일당은 현장에 따라 12~13에 형성되어 있다. 14는 베테랑 안전관리자 정도 되면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 화기는 현재 14이상으로 받을 수 없다. 안전보다도..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6] 숙노 혹은 숙식노가다. 그래서 그게 대체 뭔데? 숙식을 제공하는 노가다. 흔히 숙식노가다, 줄여서 숙노라고들 한다. 하지만 숙노는 단순히 숙식을 제공한다는 것에만 일반 노가다와 다른 것이 아니다. 인력소를 통해 노가다를 꽤 경험해 본 내 입장에서 보면 숙노는 참 많은 장점들이 있다. 내 생활에 돈이 들지 않는다. 숙노는 업체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챙겨준다. 현장에서 멀지 않은 숙소를 잡아줘서 잘 곳도 챙겨주며 출퇴근하는 것까지 챙겨주기도 한다. 업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업체는 모든 것을 다 챙겨준다. 내가 저번달에 쓴 식비는 커피나 과자등의 간식비용으로 5만원도 채 되지 않고, 교통비는 제로. 월세는 당연히 없다. 나 같은 경우는 담배도 피지 않을뿐더러 술도 많이 즐기는 편이 아니다. 돈이 나가질 않으니 쌓이기..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5] 인력소에 나가서 노가다를 하는 방법. 그리고 숙노.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내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현장을 찾으러 갈 시간이다. 내가 처음으로 노가다를 시작했을 때 찾아갔던 곳은 인맥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다시피 인력소였다. ‘꿀벌인력’이나 ‘두리인력’ 따위의 간판을 내건 인력소를 자신의 집근처에서부터 찾아보자. 가능한 큰 인력소가 일감도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더 유리하다. 그리고 가능한 일찍 인력소에 출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 6시를 넘기만 해도 사람이 금방 차기 때문에 나는 6시 이전에 출근도장 찍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제 인력소에 들어가서 소장에게 말을 걸어본다. “안녕하세요, 일하려고 하는데 여기는 처음 왔는데요.” “그래요? 그러면 신분증이랑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 주세요” 두 개의 카드를 제출하고 소장이 제시하는 소정의 서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