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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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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20] 여자가 노가다 하는게 어때서? 현장에서 보기 힘든 여성 작업자 왜 현장에서는 여자 노가다 워커들을 보기 힘든 걸까? 현장에서 여자들을 출입금지라도 시키는 걸까? 절대 아니다. 오히려 거친 현장에서 일하는 여자 일꾼들을 대견하게 생각할 것 같다. 내가 현장에서 보면 남자 비율이 95%이상은 되는 것 같다. 남자가 100%라고는 못하는게 정말 가뭄에 콩나듯이 여자 한분씩이 일하는 것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업체도 서산 플랜트에서 일할 때는 화기감시자로 여자 분들만 뽑기도 했다. 그리고 반도체 현장같은 대규모 업장에서는 여자분들이 많다고 들었다. 특히 안전관리자나 화기감시자로 여자분들을 많이 뽑는다고 들었다. 여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노가다 현장에서는 '여자'라는 것만으로 초특급 블루칩이 될 수 있다. 여..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19] 숙식노가다(숙노)의 단점 Top 5 그동안 숙노의 장점을 많이 이야기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 와서 실망하거나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기 전에 토마가 먼저 느낀 점들을 말해보고 싶다. 나 같은 경우에는 단점들을 굳이 골라낸 것 같은데(일단 제목을 Top 5로 만들었으니까 다섯 개 찾는 게 꽤 힘들더라)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르니까 적절히 받아들였으면 한다. 1. 다른 사람들과 같이 쓰는 숙소 숙노는 기본적으로 숙식이 제공되는 노가다. 그래서 자는 곳은 주로 오래된 모텔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용함에 있어서 모텔이 오래된 것은 크게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여러 명이서 같은 방을 쓰게 되는 것은 누구에게는 매우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 여기서는 주로 2-3인이 1개 숙소를 사용한다. 4인 이상이 쓰는 숙소도 ..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18] 숙식노가다(숙노)의 장점 Top 5 벌써 세번째 현장이라니! 우연히 입문한 숙노라는 길을 걷게 된 지 벌써 몇 달이 되었으니 시간은 화살과 같이 빠르게 간다는 옛말이 과히 틀리지 않다. 시간만 그저 지나간 것은 아닐 터. 나는 그간 참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집안에 처박혀 있지 않고 여러 아재, 할아재들과 교류하느라 사교성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그중에서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꼰대들이 있다. 그들이 과한 오지랖 덕분에 종종 끓어오르는 마음을 가라앉히느라 인내심도 기르게 되었고, 쓸데없는 말들은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유연한 고막을 가질 수 있었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다. 계절은 바뀌어 추웠던 겨울은 지나가고 이제는 봄의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장소도 여러 번 바뀌었다. 지금은 아산에서 일을 하는데 이는 안성, 서산..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17]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괜찮아 베테랑들의 베테랑 박반장 아재와 할아재들이 넘쳐나는 노가다판. 거친 현장의 풍파를 온몸으로 받아내서인지 이곳은 노안을 가진 분들이 많다. 깊게 팬 주름살이나 많이 빠져 있는 치아들은 그들을 원래 나이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한다. 나는 반장들의 실제 나이를 듣고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아서 놀란 적이 몇 번 있다. 하지만 박반장의 나이를 들을 때만큼 놀란 적이 없으리라. 다만 이때는 반대다. 많아야 60대 초반으로 보였던 박반장의 나이는 70대 초반이었던 것이다. 얼굴이 어려 보인다기보다 그의 몸 곳곳에는 정말이지 생기가 넘쳐흐른다. 철골 베테랑 박반장은 먼저 걸음걸이부터 활기차다. 발을 질질 끌거나 어슬렁 어슬렁거리지 않고 걸음이 아주 가볍고 당차다. 어깨는 펴져 있고 가슴은 당당하게 나와 있으며 눈동..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16] 날씨의 맛 노가다 워커의 아침 루틴 아침 6시. 어두운 정적을 깨고 세 사람의 폰이 동시에 서로 다른 알람을 울리기 시작한다. 알람 소리가 울리기가 무섭게 나는 이불을 걷어내고 벌떡 일어나 화장대 위에 충전 중인 내 폰의 알람을 끈다. 다른 두 개의 음악들이 아직 시끄럽게 울리는 걸 보니 반장들은 잠이 덜 깬 것 같다. 나는 개의치 않고 바로 숙소의 불을 켠다. 눈을 찡그리며 기지개를 켜는 반장들을 보면서 리모컨으로 TV를 켜고 채널은 KBS으로 맞춘다. 이따가 배혜지 기상 캐스터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건을 하나 가지고 화장실로 직행해서 샤워를 시작한다. 30분 안에 세 사람이 출근 준비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나는 마치 로봇처럼 아침의 루틴을 수행한다. 이렇게 오늘도 노가다의 하루가 시작된다. 샤워를 ..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15] 미니멀리스트 숙노로 산다는 것 "When life gives you a lemon, make a lemonade" 인생이 너에게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서양에 이런 격언이 있다. 여기서 레몬은 쓰고 신 것, 즉 쓸모없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인생이 너에게 시련을 줄지라도 좌절하지 말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이겨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인생이 레몬도 한 두어 개를 줘야 레모네이드를 만들든 하지 내 인생은 레몬을 한 박스째로 던져주는 바람에 나는 레몬청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숙식노가다 하면서 레몬청 장인이 되어가는 중이다. 미니멀의 삶과 노가다의 공존 요즈음 노가다 아재들과 생활하면서 나는 미니멀리스트의 생활 양식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고 지금 내 삶의 지향점이 여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대에..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14] 데마찌 맞은 한 숙노인의 하루 데마찌 맞은 아침 오전 6시.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자 나는 곧바로 알람을 꺼버리고 다시 이불에 쏙 들어와서 깨어버린 잠을 다시 청하기 시작했다. 어제 자기 전에 매일 아침마다 설정이 되어 있는 알람을 끈다는 것을 깜박했다. 왜 어서 일어나서 출근준비 하지 않고 다시 자냐고? 사실 오늘은 데마찌를 맞아서 일을 하지 않는 날이기 때문에 늦잠을 푹 잘 수 있다.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상무가 말하기를 내일 하루만 작업을 홀드 할 거라고 했다. 다른 현장에서 노동자 한 명이 작업 중에 사고로 죽었는데 관련해서 국토교통부가 우리 현장도 점검을 할 거라고 했고 그게 내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원청에서 괜히 국교부한테 지적사항 들어오면 골치 아파지니 아예 그날에 지적을 받을만한 작업을 하는 업체는 빼고 출근하라고 하청에..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13] 숙식노가다 캐릭터 관찰 일지 인력소와 숙식노가다의 사람들 인력소는 인생의 끝바닥을 기어가며 오늘만 살아가는 사람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싱그러운 노가다 새내기가 함께 어울려서 인력소장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만을 기다리는 혼돈의 카오스와 같은 집합소라면, 숙식노가다는 인력소의 무디고 거친 인생들이 필터링 된 정제된 느낌의 노가다판이라고 될 수 있다. 일테면 조선소에서 또는 해외현장에서 돌고 돌다가 나이도 들어 원청 소속 기공으로는 은퇴한 아재 반장들이 집에 처박혀서 마누라 바가지나 긁히느니 밖에 나가서 그동안 배워먹은 기술로 용돈벌이나 하고 올까 하는 마음으로 오는 곳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다들 나이가 많다. 50 후반된 아재가 여기서는 막내 취급받는 희한한 장소다. 적어도 지금 내가 소속되어 있는 업체는 분위기가 그렇다. 모두가 인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