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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의 서재 #4] 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著) 클리셰라도 작가의 입담이 함께라면 기억을 잃은 채로 낯선 방에서 깨어나는 주인공.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무슨 이유로 이 곳에 와 있는지도 모르지만 주변의 사물과 자신의 추리력을 십분 활용해 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하나씩 이해나가기 시작한다. 아.. 이거 너무 뻔한 클리셰같은 시작 아닌가? 그렇지만 작가의 입담과 재치가 버무려진 스토리텔링과 함께라면 꽤나 읽을 만한 이야기가 된다. 바로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그런 소설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장기를 발휘하다 앤디 위어의 첫 장편소설 「마션」은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좆됐다’라는 이제 꽤 유명해진 첫 구절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1인칭 시점을 맛깔나게 이용한 작품이다. 식물학자이자 떠버리 속성인 주인공 마크 와트니의 끊임없는 수다를 듣다보면 웃음..
[토마의 서재 #3]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著)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는 장강명 작가님을 좋아한다. 왜 굳이 ‘님’을 붙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 분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담아서 언급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여튼 그 분의 저서 「책, 이게 뭐라고」 를 읽던 도중, 작가님이 온다 리쿠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란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구절을 보고 언젠가 이 책도 읽어야 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던 참이었다. 이야기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 아니다. 책도 꼬꼬무 하는 재미가 있다. 장작가님의 저서를 파고 들면 책 안에서 추천해 주시는 책이 여러 권 있어 그 책을 읽게 된다. 그리고 그 책이 주는 감동과 여운이 다른 책으로 이어나갈 원동력이 되어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책 이야기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는 동명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토마의 서재 #2] 여름의 시간 (한새마 외 著) 단편소설집은 좋은 선택입니다 집 앞의 작은 도서관에 가서 한국 소설란을 주욱 살펴보다가 고른 책이다. 여러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담고 있는 책이어서 내게 신선한 작가를 발굴(!)하기 위함이었다. 장편소설을 읽으면서 좋은 작가를 찾기에는 함정이 너무 많다. 두꺼운 책을 빌려서 재미 없는 글을 수십 페이지을 읽고 난 뒤, 아 더 이상은 못읽겠다고 이 작가는 나랑 안맞는다고 책장을 덮고 다시 반납하러 가기엔 내 시간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암튼요. 한새마 등 7인의 작가가 쓴 이 단편소설집은 ‘사랑’을 모티브로 한 미스터리 소설집이다. 읽다보면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남녀 간의 치정(‘여름의 시간’), 변태성욕(‘웨딩 증후군’), 모녀 간의 애증(‘튤립과 꽃삽, 접힌 우산’) 등등. 어긋난 사랑의..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29] 죽지 못해 살고 있습니다. 숙노는 기다리고 좌절한다 저번 현장이 끝난지 2개월이 넘어가는데 다음 현장이 잡히질 않네요. 워낙 저번 현장에서 소상무한테 싸가지 없이 굴어서 더 이상 나를 부르지 않을거란 생각은 하고 나왔었지요.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게 참 간사한 것이, '그래도 혹시나 필요하다면 불러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제 딴에는 곧 다음 현장에 갈 것 같은데 굳이 인력소에 나갈 필요가 있나 싶어서 집에서 탱자탱자 놀고 지냈습니다. 나무늘보같은 삶이었습니다. 퍼지게 자다가 일어나서 잠깐 유튜브 보다가, 밥먹고 카페 가서 책 읽고 오다가, 그리고 집에서 자다가, 일어나고, 그리고 반복. 그렇게 2개월이 흘렀지만 연락은 여전히 오지 않았습니다. 숙노로 모아뒀던 돈도 슬슬 떨어지고 토마는 후달리기 시작합니다. 그..
울진비행교육원 훈련생의 수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졸린 눈을 비비며 무의식적으로 블라인드를 올려본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다엔 수평선이 칼처럼 뚜렷해 마치 여기서부터 하늘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하늘도 깨끗하고 기숙사 앞산 나무들도 얌전한 것이 바람도 잠잠한 것 같다. 깔끔한 시정(視程), 낮지 않은 구름, 적절하게 부는 바람. 정말이지 비행하기에 딱 좋은 날씨군. 조종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울진비행교육훈련원에 온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다. 예전에 군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비행교육을 받기 위해 반드시 해외에서 교육을 받아야 했는데, 이제 국내에서도 비행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훈련원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울진비행교육원도 그 중 하나이다. 식당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전날 배정받은 비행스케줄에서 비행기 콜사인, 이륙..
[토마의 서재 #1] 제노사이드 (다카노 카즈아키 著) 쫓고 쫓기는 상황의 서스펜스 그 동안 심한 독서 편식에 빠져 있었다. 어쩌다보니 꽤 오랜 기간 하드보일드 소설을 섭렵해 왔고, 특히 에 재미를 들여 한동안 그것만 읽었던 것 같다. 해당 장르에 권태를 느끼던 중 「제노사이드」를 접하게 되었고 작품의 독특한 소재와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의 전개에 빠져들어 단숨에 완독하게 되었다. 아프리카 콩고의 깊은 밀림 속, 모종의 이유로 인류의 진화가 발생하였고 진화된 신인류는 유아 상태의 발육에서도 여러 개의 언어를 습득하고 초고난도의 수리 문제를 풀 수 있는 등 엄청나게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은 현생 인류에 대해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싹을 자르기 위해 신인류를 제거하려는 프로젝트가 가동된다. 신인류에게 붙여진 코드명은 누스. 거대한..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28] MZ세대가 느끼는 노가다의 미래 (feat. 워라밸) 워라밸과 노가다 요즘들어 MZ세대라는 말을 뉴스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친 단어라고 하는데 80년대 말에 태어난 나도 MZ세대에 들어가는 것 같다. 아무튼 MZ세대인 내가 느끼는 노가다를 하면서 느끼는 점을 썰 풀어보기. 워라밸과 노가다는 과연 어울리는 단어인가? 요즘은 주 52시간이 적용되어서 주말에 일도 하지 않게 됐다. 예전에는 격주로 주말을 쉬거나, 일요일만 쉬거나 했는데 이제는 주 5일만 일하게 됐네? 작업자들은 불만이 높아져 간다. 일당받아서 살아가는데 일하는 날이 줄면 공수가 안채워지니 월에 받는 돈이 줄게 되니깐. 근데 나는 돈에 막 미쳐 있는 상태는 아니라서, 아마도 결혼을 안해서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주말에 이틀 다 쉬니까 개좋다. 이렇게 카페에 나와서 노트..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27] 숙노 오래하니까 현타 올 것 같아 나는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다. 나는 숙식노가다를 업으로 살고 있다. 플랜트 배관업체에서 안전관리자를 맡고 있다. 가끔씩 공무일도 하고. 사람 없으면 화기감시자도 하고. 멀티플레이어네 생각해보니깐ㅋ 숙노는 진짜 개편하다. 밥도 주고 재워 주고 근데 또 돈도 주고. 근데 왜 나는 현타가 찐하게 오는걸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건가?? 인생 이렇게 써도 되는거야?? 갑자기 현타 씨게 오네?? 이 일은 가슴이 뛰지 않는다. 사실 그런 적도 없거니와 이 일을 오래 함으로 인해서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경험의 기회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물론 돈은... 짭짤했었지. 근데 그게 전부가 아니잖아?? 이제 조금만 더 채우면 숙노일도 1년 다 되어간다. 예전에는 곧 복직하겠지, 조금만 버티면 괜찮을거야...라는 마인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