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보기 힘든 여성 작업자
왜 현장에서는 여자 노가다 워커들을 보기 힘든 걸까? 현장에서 여자들을 출입금지라도 시키는 걸까? 절대 아니다. 오히려 거친 현장에서 일하는 여자 일꾼들을 대견하게 생각할 것 같다. 내가 현장에서 보면 남자 비율이 95%이상은 되는 것 같다. 남자가 100%라고는 못하는게 정말 가뭄에 콩나듯이 여자 한분씩이 일하는 것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업체도 서산 플랜트에서 일할 때는 화기감시자로 여자 분들만 뽑기도 했다. 그리고 반도체 현장같은 대규모 업장에서는 여자분들이 많다고 들었다. 특히 안전관리자나 화기감시자로 여자분들을 많이 뽑는다고 들었다. 여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노가다 현장에서는 '여자'라는 것만으로 초특급 블루칩이 될 수 있다.
여자분들이 이미 활동을 오랫동안 하신 공정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도장(塗裝)쪽 일은 여자 분들이 많이 한다. 페인트를 칠하는 것은 큰 힘이 들지 않고 인내심이나 섬세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조선쪽에서는 드물지만 여자 용접사도 있다고 한다. 또 요즘 시내에서 여성 버스기사들이 보이는 것처럼, 화물기사도 여성이 점차 늘고 있다. 남성만의 공간이라도 생각했던 노가다 현장에도 점점 여성이 진출한다. 이는 여성의 직업 선택의 기회를 더 확장시킨다는 점, 현장에 부족한 일손을 남성이 아닌 여성에서도 보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여자 안전관리자, 여자 화기감시자가 효율적인 이유
반도체 업장에서 일하다 오신 아재의 이야기에 따르면, 남자 안전이나 화기가 작업자들한테 안전 관련해서 조언을 하면 작업자가 대뜸 화를 낸다고 한다. 반장님! 고소작업인데 안전고리 체결하셔야죠! 라고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면 임마! 지금 일하는데 귀찮게 하지말고 모르면 가만히 있어! 이런식으로 성을 내니 자기 할일 했을 뿐인 안전관리자는 괜히 무안해진다. 그런데 여자 안전관리자가 부드럽게 조언을 한다면? 아이쿠, 내가 깜빡했구만^^ 하면서 곱게 말을 듣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혹여나 말을 잘 듣지 않는 반장이 있으면 여자 안전관리자는 해당 상황을 꼼꼼하게 체크해서 상급자에게 보고하니 반장도 꾹 참고 말을 잘 듣는다고 한다. 남자에게는 없는 부드럽고 섬세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서산에서 근무할 때 한 화기 여사님이랑 친해져서 말을 나눈 적이 있었는데, 여자들의 노가다 세계도 점점 커져가는 것 같더라. 다만 여자 화기감시자 쪽이 블루 오션이라는 것을 깨달은 분들의 나이대가 대부분 40대 이상으로 보였다. 30대 여자 노동자는 단 1명이었고 20대는 없었다. 중년의 여성이 식당에서 일하거나, 건물을 청소하거나 하는 일보다 현장에서 일하는게 훨씬 덜 힘들고 훨씬 돈을 더 받으니 내가 봐도 남는 장사다. 그리고 젊으면 젊을 수록 더 유리한 게임이다. 기회가 더 많고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30 여성들이 노가다 쪽으로 유입된다면 뭔가 더 활기찬 현장이 될 것 같다. 현장의 지극히 비정상적인 성비 불균형도 조정될 것 같고.
여자도 할 수 있는 멋진 직업들이 있다
여자 신호수, 여자 안전관리자, 여자 화기감시자... 뉴비 클래스로는 못할 것이 없다. 이 역할은 남녀를 떠나서 모두가 할 수 있는 단순하고 쉬운 역할이다. 다만 여자 잡부는 아직 본 적이 없고 상상도 안되는데, 뭐 안될 게 어디있나. 내가 아직 못 본 것일 수도 있다. 남성들만의 분야라고 생각했던 곳에 여성들이 들어오면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이 느껴진다. 여자 파일럿, 여자 바이커, 여자 레이서. 이제 그 분야가 노가다 현장이라면 어떨지? 여자 용접공, 여자 전기공, 여자 배관공. 공정은 정말 다양하다. 여자 크레인 기사나, 여자 중장비 기사는 진짜 엄청 멋있을 것 같다. 아직 본 적은 없지만 아마 어딘가에서 분명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을 거다.
시대가 바뀌었다. 그리고 현장도 바뀌어야 한다. 반장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수십년 전의 현장과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으려고 애썼다지만 요즘은 뭔가 배우고자 한다면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하는 곳이 요즘 현장이다. 이제 '어디 여자가 감히'와 같은 고루한 문구는 발 붙일 곳도 없다. 오히려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일하려고 하는 모습을 대견스러워하고 더 도와주려고 하는 반장들이 많을거다. 일손은 부족하고 할 일은 많다. 눈을 조금 돌려보면 기회는 어디서든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경향신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102140921001
경상일보 :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7053
뉴시스 : https://newsis.com/view/?id=NISX20110111_0007129033
'노가다 라이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22] 늦은 연재에 대한 변명의 글 (3) | 2021.03.11 |
---|---|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21] 6개월차 숙노가 하는 일 (6) | 2021.03.04 |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19] 숙식노가다(숙노)의 단점 Top 5 (0) | 2021.03.03 |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18] 숙식노가다(숙노)의 장점 Top 5 (0) | 2021.03.03 |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17]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괜찮아 (3) | 2021.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