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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라이프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21] 6개월차 숙노가 하는 일

 

 

 

 

나도 이제는 어엿한 숙노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숙노도 어느덧 6개월차에 접어들었다. 이정도면 나도 당당하게 숙노 해봤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안성부터 시작했던 현장은 이후 서산을 거쳐 지금은 아산에서 같은 업체와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름 핵심인물들과 사교를 하면서 굳이 이 업체가 아니더라도 다른 숙노로 편입될 수 있는 인맥을 만들었다. 근데 나는 이 업체가 마음에 든다. 저녁에 술도 사주고 음료도 사주기 때문이다.

 

 

 

 

숙노가 6개월차라도 TBM은 역시 피곤한걸ㅠ

 

 

 

'공무' 클래스로 전직하였습니다

숙노 뉴비로 많은 클래스를 전전했다. 처음에는 노란완장의 안전관리자. 그 다음에는 소화기 하나들고 용접작업 옆에서 멀뚱멀뚱 서 있는 화기감시자. 이렇게 두 클래스에 익숙해지니까 중장비 유도하는 신호수를 시키더라. 지게차를 유도해봤고 수백톤 되는 크레인도 자전거를 타면서 유도해 봤다. 아주 가끔씩 밀폐작업을 할때면 밀폐감시자 완장도 차 봤다. 이렇게 뉴비들이 할 수 있는 네 개의 클래스를 모두 경험해 봤고 나름 잘 해낸 것 같다. 이렇게 두번째 현장인 서산에서 모든 작업이 끝나자 상무가 내게 말했다.

 

"토마야, 다음 현장에서는 공무로 일해라!"

 

 

 

 

 

토마와 소상무가 일하는 컨테이너 사무실. 내 옆자리는 배관반장 자리.

 

 

공무는 무슨 일을 하는데?

공무? 공무는 무슨일을 하는 것인가. 공사에 필요한 행정업무나 구매업무 그리고 기타 잡무를 수행한다. 한마디로 하청업체 소장(여기서는 소상무)의 보조 역할이랄까. 일하는 작업자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들을 사두고 준비해둬서 작업에 불편함이 없도록 도와준다. 원청에서 요청하는 행정업무, 예컨대 소장이 직접 수행하기에는 좀 자질구레한 그런 업무를 공무가 한다. 출면일보, 위험성평가서, 중장비 작업계획서 작성 등이 그렇다. 소상무는 이런 작은 업무 말고 더 큰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공무는 현장에 항상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서 업체 컨테이너에 상무랑 같이 상주하면서 일을 한다. 출근해서 매일 만들어야하는 서식을 작성하고 나면 잠깐 사무실에서 나와서 현장으로 나가서 작업의 진행상황을 확인하러 간다. 현장에 작업자들 불편한 거 없는지, 필요한 거 없는지, 안전하게 작업하고 있는지도 확인도 할 겸.

 

 

 

가끔씩 화기감시 역할도 한다

 

 

 

구매는 항상 즐거워

작업자들이 필요한 물건 목록이 꽤 길게 나오면 소상무에게 법카를 받아들고 트럭을 타고 현장을 빠져나온다.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순간이다. 트럭타고 드라이브 하는 느낌. 토마는 건재상에서 VIP 고객이다. 매번 갈 때마다 수십만원씩 긁기 때문에 건재상 사장은 항상 토마에게 음료수나 군고구마 따위의 간식을 손에 쥐어준다. 내 카드도 아니고 내가 사고싶은 것을 사는 것도 아니지만 쓸 때 기분이 좋다. 물건 사와서 반장님들에게 쥐어주면 되게 좋아하고 고마워하신다. 토마가 신경써줘서 고맙다고 그러면서. 아무래도 더 열심히 법카를 긁어야겠다.

 

 

 

 

반장님들이랑 친해져서 당구도 몇 판 치고 놀았다

 

 

 

 

근데 코로나 언제 끝나냐!

6개월이 지났는데 이제 백신 맞는다는 소리가 들리네. 숙노가 존버하기에는 좋다지만 나는 내 원래 하던 일을 하고 싶단 말이야! 올해 말까지는 괜찮아지려나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에는 블로그 운영하느라 나름 열정을 쏟고 있어서 좋다. 근데 블로그에 반응이 너무 없어서 괜히 무주공산에 혼자서 소리치는거 같기도 하다. 몇몇 이웃님들이 댓글 써주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무튼 노가다 라이프 100회까지 꼭 연재해 봐야지. 우리 모두 화이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