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가다 라이프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19] 숙식노가다(숙노)의 단점 Top 5

 

 

 

 

 

 

그동안 숙노의 장점을 많이 이야기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 와서 실망하거나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기 전에 토마가 먼저 느낀 점들을 말해보고 싶다. 나 같은 경우에는 단점들을 굳이 골라낸 것 같은데(일단 제목을 Top 5로 만들었으니까 다섯 개 찾는 게 꽤 힘들더라)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르니까 적절히 받아들였으면 한다.

 

 

 

 

1. 다른 사람들과 같이 쓰는 숙소

숙노는 기본적으로 숙식이 제공되는 노가다. 그래서 자는 곳은 주로 오래된 모텔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용함에 있어서 모텔이 오래된 것은 크게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여러 명이서 같은 방을 쓰게 되는 것은 누구에게는 매우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 여기서는 주로 2-3인이 1개 숙소를 사용한다. 4인 이상이 쓰는 숙소도 있다고 들었지만 그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화장실을 4명이서 쓰면은 많이 번잡스러울 것 같다. 여럿이 쓰기 때문에 보기 싫은 TV를 봐야 하고, 내가 보고 싶은 TV 채널을 못 볼 수도 있고, 조용히 있고 싶은데 시끄럽게 지내야 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있을 수 있다. 전에 말이 너무 많은 아재 룸메랑 2인 1실을 쓴 적이 있는데 정말 너무 말이 많아서 귀에 피가 날 것 같았다.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서 스마트폰을 계속 쳐다봐도 말을 걸고 자문자답하길래 정말 기가 찼다. 그리고 아재들이 조금(?) 일찍 잔다. 10시면 거의 대부분 잔다. 그렇기 때문에 자정을 넘어서까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하는 젊은 노가다 워커들은 생활리듬이 바뀔 수 있음에 유의. 아, 그리고 침대방이 아니라 온돌방을 주로 쓰는데 잠자리에 민감한 사람은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

 

 

 

이불 4장은 깔아야 좀 덜 배긴달까...

 

 

 

 

 

 

2. 위험하고 더러운 현장

대부분 노가다가 3D라고 하는데 확실히 위험하고, 더럽고, 어렵다..? 어려운 건 잘 모르겠다. 현장은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사고가 날 수 있다. 괜히 TBM 시간에 안전을 강조하는 게 아니다. 튀어나온 철근, 밑으로 쑥 꺼진 지대, 여기저기서 움직이는 중장비들. 물론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대비를 많이 세운다. 위험한 곳에는 접근금지 테이프를 둘러서 오지 않게 하거나, 중장비는 신호수가 유도해서 접근을 막는다. 그렇게 안전을 도모해도 부주의한 작업자들에게 사고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조심해야 한다.

 

 

 

 

한눈팔고 걷다가 도랑에 빠져서 실족사고가 날 수도 있다

 

 

 

 

 

그리고 현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각종 소음과 분진은 각오해야 한다. 그라인더질 할 때 또는 파이프 절단할 때 나는 소리는 정말 시끄럽다. 현장 가면 소음으로 가득하다. 물론 귀마개를 하면 소리가 많이 줄어든다. 귀는 소중하니까 항상 끼고 다닌다. 그리고 분진들. 시멘트 가루라든지, 쇳가루들이 날아다닌다. 마스크 끼면 괜찮은 거 같다. 용접하는 분들은 용접 시 나오는 금속흄들을 들이마시지 않기 위해 특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리고 기공이 아닌 이상 뉴비들은 어려운 게 없다.

 

 

 

3. 여가시간의 지루함

숙노 모텔은 일반 사람들이 접하기 힘든(?) 위치에 있다. 지금 숙소는 깊은 산골 모텔촌에 위치해 있고, 지난번 현장의 숙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가용 있는 사람이라면 전혀 신경쓸 일이 없지만 나같은 뚜벅이들은 시내까지 가는데 버스를 이용하려면 버스시간표를 보면서 타야 한다. 시내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거다. 심지어 시내로 가도 딱히 할게 없는 경우도 있고. 모텔 주변에 편의점이라도 가까이 있다면 감사하다고 외쳐야 한다. 나는 숙소 근처에 이마트 24가 있어서 일과 후 거기에서 커피 한잔도 하고 책도 읽으며 소일하는데, 젊은 혈기 왕성한 친구들은 심심해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독서라든지 유튜브 채널 구독 등 여가시간을 보내는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지금 숙소는 시내랑 멀~리 떨어진 모텔촌이다. 와우.

 

 

 

 

 

 

4. 주변의 시선

친구들한테 숙노한다고 하면 그게 뭐냐고 물어볼거다. 숙식노가다라고 하고 그게 뭔지 설명하면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볼수도 있다. 친한 친구들은 내가 숙노하면서 존버중이라고 하면 너는 어디다가 던져놓아도 살아남을 녀석이라며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이건 예외적인 이야기고, 아직 노가다에 대한 주위의 시선들이 그렇게 좋지는 못할거다. 나도 같이 친한 친구들 말고는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가다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소문나는 것도 싫고 괜히 이상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 서양에서는 기공들이 월급이 높고 차별이 없다고 알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그러한 인식의 개선까지 갈 길이 먼 것 같다. 전에 유튜브에서 한 수학강사가 공부 못하면 용접한다는 소리를 했을 때, 기분 나빴을 용접사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용접사 분들 돈 진짜 많이 번다.

 

 

 

 

어머.... 너 노가다 하니...?

 

 

 

 

 

5. 일의 단조로움 (안전관리자 & 화기감시자)

뉴비로 시작한 노린이들은 현장에서 안전이나 화기를 담당할텐데 생각보다 일이 단조로워서 힘들 수도 있다. 작업자들 일하는거 지켜보고 위험한지를 감시하는 것이 일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되기 때문이다. 오래 서 있다보면 발바닥이 아프다. 안전화에 플라스틱 깔창 넣는 것을 추천한다. 가만히 있으면 몸이 쉽게 차가워지고 굳으니까 적당히 움직이자. 나같은 경우는 기공들 일손을 눈치 보아가며 도와줬다. 그냥 방관하면서 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시야가 넓어진다. 도구 이름은 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알아보려고 하는거다. 기공 아재들에게 작업 관련해서 물어보면 의외로 친절하게 대답해준다. 젊은 사람들 이런거 관심있어 하는거 신기하다며 더 가르쳐주려고 한다. 질문하면 짜증내는 사람은 거르면 되니까 너무 상처받지 말자. 안전과 화기 감시자는 일이 절대 힘들지 않지만 일하다보면 정말 지루할 수 있다. 일손을 돕다가 친해진 기공한테 조공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요청해보자. 당신을 마음에 들어해서 조공으로 영입한다면 일당도 올라가고 무엇보다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적극적인 사람에게 기회는 오는 법이다.

 

 

 

한 곳에 오랫동안 서서 작업자들 지켜보는 것은 생각보다 (더) 지루하고 재미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