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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라이프

[토마의 노가다 라이프 #15] 미니멀리스트 숙노로 산다는 것

 

 

 

 

서양에서 레몬은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When life gives you a lemon, make a lemonade"

 

 

인생이 너에게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서양에 이런 격언이 있다. 여기서 레몬은 쓰고 신 것, 즉 쓸모없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인생이 너에게 시련을 줄지라도 좌절하지 말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이겨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인생이 레몬도 한 두어 개를 줘야 레모네이드를 만들든 하지 내 인생은 레몬을 한 박스째로 던져주는 바람에 나는 레몬청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숙식노가다 하면서 레몬청 장인이 되어가는 중이다.

 

 

 

 

 

미니멀의 삶과 노가다의 공존

요즈음 노가다 아재들과 생활하면서 나는 미니멀리스트의 생활 양식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고 지금 내 삶의 지향점이 여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대에 벌이가 시원찮아진 것과 현장 따라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살아야 하는 숙노의 숙명이 합쳐져 미니멀리스트 숙노를 탄생시킨 것이다. 미니멀리스트란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을 최소로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소비 만능주의의 사회에서 한걸음 떨어져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다. 이게 정말로 나에게 ‘필요한’ 물건일까? 정말 내가 이것을 ‘원해서’ 사는 것일까? 이 두 가지 질문을 몇 번이고 되뇌어 물은 뒤에도 모두 YES라고 대답할 수 있는 물건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 TV에서 지속되는 광고가 내가 이 물건을 원한다고 착각하게 한다. 또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그저 있으면 편해질 거라고 속단해서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내 편의에 따라 쌓여간 ‘불편한 쓰레기’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대초원의 유목민처럼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삶

 

 

 

아무튼 미니멀리스트의 삶은 숙노인 토마에게 잘 어울린다. 언제든 10분이면 내 모든 짐을 쌀 수 있기 때문이다. 짐이 많지 않기에 한곳에 얽매여 있지도 않는다. 가끔씩은 나 자신이 몽골의 유목민처럼 느껴진다. 푸르른 초원에 세운 게르. 방목해 놓은 염소들이 근처의 풀들을 다 먹을 때면 곧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동은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적인 일. 대장이 길을 떠나자고 말하면 언제든지 세워 놓았던 게르를 내려서 말에 싣고 다시 새로운 터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나 역시도 소상무가 어제 아침 모텔방을 옮기라고 해서 눈 비비며 5분 만에 짐을 모두 싸 들고 트럭에 탈 수 있었다. 적절치 못한 비유라는 건 나도 안다. 대충 넘어가자.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 미니멀리스트 토마

내 스스로를 미니멀리스트라고 정의하면서 사물에 대한 내 시선도 달라졌다. 예컨대 생각보다 삶을 영위하는 데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소지하기로 마음먹은 물건들은 오랫동안 소중하게 사용하리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지금 쓰는 아이폰 7은 4년 되었는데 요즘은 배터리가 금방 닳아 버리길래 배터리팩 케이스를 사서 붙여주었다. 무게가 많이 늘어났지만 앞으로 2년은 더 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백만 원이 훌쩍 넘는 스마트폰을 2년 주기로 갈아주는 것이 요즘 트렌드인 것 같다. 2년이면 약정도 끝나는 마당에 새로운 폰에 대한 광고가 넘쳐나는 TV를 보면서 신상 폰을 사려는 유혹을 떨쳐내기 쉽지 않다. 이미 쓰고 있는 폰도 팔팔하게 잘 돌아가지만 미디어에서 뿌려대는 광고와 이미 최신 폰을 사서 다니는 주위 사람들의 모습은 왠지 내 폰이 구닥다리가 된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결국 다시 (쓸데없는) 최신 폰을 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빨랫감이 적어서 요즘은 빨래비누를 사용한다. 환경에도 좋은 것 같다.

 

 

 

 

 

 

노가다 아재들 중에는 이미 이 삶의 원리를 깨친 미니멀리스트 구루들이 즐비하다. 아직까지 폴더폰을 고수하는 반장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고, 011 번호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반장도 있었다. (이반장 이야기다) 룸메였던 한 반장은 백팩 하나 둘러메고 숙소로 들어왔었는데 그게 그 사람의 짐의 전부여서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일상복이 곧 작업복이고 안전화가 곧 일상화였다. 궁극의 미니멀리스트 숙노랄까. 이것은 약간 극단적인 사례인 것 같지만 아무튼 미니멀리스트의 마음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은 언제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시켜 주는 것 같다. 쓸 데 없는 물건을 사는데 낭비될 돈을 아껴서 안기사님 말마따나 든든한 해외 주식 1주 사는 게 훨씬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