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토마의 서재

[토마의 서재 #3]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著)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는 장강명 작가님을 좋아한다. 왜 굳이 ‘님’을 붙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 분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담아서 언급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여튼 그 분의 저서 「책, 이게 뭐라고」 를 읽던 도중, 작가님이 온다 리쿠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란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구절을 보고 언젠가 이 책도 읽어야 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던 참이었다.

이야기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 아니다. 책도 꼬꼬무 하는 재미가 있다. 장작가님의 저서를 파고 들면 책 안에서 추천해 주시는 책이 여러 권 있어 그 책을 읽게 된다. 그리고 그 책이 주는 감동과 여운이 다른 책으로 이어나갈 원동력이 되어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책 이야기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는 동명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소설을 소재로 한 4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일단 흥미로운 구성 체크. 이 ‘삼월’은 단 200부만 출판 되어 오직 하루만 읽고 다시 돌려줘야 하는 독특한 조건의 소설집이지만 일단 읽으면 오묘한 이야기에 빠져 잊혀지지 않는 책이다.

「삼월」 의 1부는 이 책(‘삼월’)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 2부는 저자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 3부는 책을 쓰는 발단이 된 이야기, 4부는 「삼월」의 저자가 갑자기 등장해서 썰을 푸는데 내게는 조금 혼란스러운 챕터였다.

개인적으로 3부를 제일 흥미롭게 읽었고 1부, 2부가 그 다음 순이다. 4부는 워낙 혼란스러워서 억지로 읽다시피 했다.

3부는 저자인 온다 리쿠의 인물 심리 묘사가 아주 일품이었다. 미소녀 둘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둘의 죽음에 숨어 있던 청춘남녀의 비밀스러운 사랑 그리고 피로 얽힌 복잡한 관계들을 매끄럽게 풀어낸다.

몇몇 부분에서는 약간 이해가 안되었지만(쇼코의 편지가 두려워서 읽지 않던 미사오사 갑자기 따로 만나자는 쇼코의 쪽지는 읽는 장면 등) 이러한 사소한 내용들은 나 같은 독자가 너무 빡빡하게 굴지 않으면 넘어갈 만 하다.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 것을 알면서도 숨겨진 슬픈 이야기를 하나씩 들춰보는 느낌이 든, 흥미롭게 읽은 챕터다.


솜씨 좋은 이야기꾼, 온다 리쿠


난해했던 4부를 제외하면 아주 좋았다. 작가 온다 리쿠는 「삼월」의 소재로 나오는 ‘삼월’의 각 챕터를(재미있게도 이 소설 역시 4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다시 정식으로 소설 출판했다고 한다. 속칭 <삼월 시리즈>의 시작이 바로 「삼월」이 되는 셈이다. 정말이지 대단한 이야기꾼이 아닐 수 없다.

음, 다시 생각해도 3부는 참 좋았다. 나중에 동저자의 작품인 「밤의 피크닉」을 읽어보고 싶다. 일단 3부처럼 청춘물이고 결말이 깔끔하게 이루어진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 독서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