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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의 서재

[토마의 서재 #2] 여름의 시간 (한새마 외 著)


단편소설집은 좋은 선택입니다


집 앞의 작은 도서관에 가서 한국 소설란을 주욱 살펴보다가 고른 책이다. 여러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담고 있는 책이어서 내게 신선한 작가를 발굴(!)하기 위함이었다. 장편소설을 읽으면서 좋은 작가를 찾기에는 함정이 너무 많다. 두꺼운 책을 빌려서 재미 없는 글을 수십 페이지을 읽고 난 뒤, 아 더 이상은 못읽겠다고 이 작가는 나랑 안맞는다고 책장을 덮고 다시 반납하러 가기엔 내 시간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암튼요.

한새마 등 7인의 작가가 쓴 이 단편소설집은 ‘사랑’을 모티브로 한 미스터리 소설집이다. 읽다보면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남녀 간의 치정(‘여름의 시간’), 변태성욕(‘웨딩 증후군’), 모녀 간의 애증(‘튤립과 꽃삽, 접힌 우산’) 등등. 어긋난 사랑의 파국적 결말이 대부분이었지만 환상소설의 성격을 띈 ‘망자의 함’은 그 중 색달라서 인상적이었다.

소설들이 상당히 매력적이고 몇몇은 스토리에 상당한 흡입력이 있었다. 일부 작가는 이름을 따로 기록을 해두고 나중에 다른 단편이나 장편을 더 읽어보고 싶다.


구성이 주는 재미


단편소설은 짧은 호흡으로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야기의 형식이나 구성방식으로 재미를 주는 경우가 많다. 화자가 현재 시간을 서술하다가 과거로 나아가면서 불분명하게 시작했던 이야기가 점점 더 뚜렷해져서 종국에는 충격전인 반전이 드러나는 구성을 취한 ‘여름의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이외에도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화자의 어투로 진행되는 ‘언제나 당신 곁에’도 신선했다.


한국 미스터리가 선사하는 서늘함


한국저자이기에 가능한 묘사나 어투가 있다. 스티븐 킹이나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무리 글을 기가 막히게 쓴다 한다고 하지만,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한국을 무대로 한국인들의 습성과 감정을 다룬 한국 미스터리의 재미는 확실히 색다르다. 일단 복잡한 인명이나 지명 그리고 그네들 문화권에서 자라난 사람들이라야 알 수 있는 배경지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게 어디냐.

꽤 흥미로운 단편소설집을 읽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