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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다양한 공종
현장에 와보면 너무나도 다양한 공종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비계를 만들어나가는 비계 특공대. (바람같이 와서 후다닥 일하고 사라지는 사람들이다) 세상에 찌든 표정으로 벽돌을 쌓는 조적공들.(주로 조선족 분들이 많은 공종이다) H빔을 박아대는 철골쟁이들, 콘크리트 타설할 폼을 만들어주는 형틀목수들 등등. 그리고 내가 일하는 배관팀이 있다. 배관은 스팀관이나 온수관, 냉수관, 소방관 등의 다양한 배관을 만들고 설치하는 일을 한다. 관도 종류가 다양한데 우리 업체는 카본이랑 SUS(일명 스뎅)관 위주로 한다. PVC관만 특징으로 하는 업체도 있다고 들었다.
배관업체는 어떻게 일하나요?
우선 나랑, 소상무가 관리팀(소장 & 공무)으로 있고 배관반장 최반장이 작업인원들 총괄관리를 맡는다. 그리고 각 인원들은 용접공, 배관공, 조공 이렇게 3인이 1조가 되어 작업을 진행한다. 용접(Welder), 배관(Plumber), 조공(Helper)이라고 약어로 W, P, H로 일컫기도 한다.
여기서 조장은 배관이 맡는다. 배관은 도면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이다. 작전을 짜고 일을 어떻게 진행시킬지를 계획하는 사람들이다. 항상 손에 도면을 들고 있고 수평자, 줄자, 네임펜 따위를 필수로 가지고 있다. 용접한테 이거 용접하라고 지시하고, 조공한테 파이프 여기까지 자르라고 지시한다. 진짜 멋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배관공으로 마리오가 있다.
용접은 말 그대로 용접하는 사람들이다. 용접도 다양한 종류의 용접이 있는데 여기서는 알곤 용접을 한다. 말 그대로 알곤 가스를 이용하는 용접이다. 일반적으로 불꽃이 많이 튀는 아크용접보다는 화재위험이 덜해서 요즘 현장에서 자주 쓰인다. 내가 볼 때는 조금 덜(?) 힘들어 보이는데 일당은 제일 많이 받는다. 물론 그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조공은 용접과 배관을 서포트 하는 사람들인데 주로 그라인더 질을 많이 한다. 파이프를 용접하기 수월하도록 끝을 갈아주는데 불꽃이 많이 튀고 매우 시끄럽다. 자재를 옮기거나 용접 및 배관의 일손을 거들면서 작업의 윤활제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주로 조공일을 하다가 일을 익히면서 용접 또는 배관으로 클래스를 변경하게 된다. 근데 여기 있는 분들은 죄다 나이가 많아서 그냥 조공으로 끝날 것 같다. (70대 조공이 여러분 계시다;) 일당은 용접 >= 배관 >> 조공이다. 우리 업체만 그런 건지 모르겠다.
내가 만약 공무를 하지 않았다면?
사실 배관업체에서 조공으로 일을 배워볼까 했었다. 일하다가 용접이나 배관일로 기능을 더 배워도 좋을 것 같아서. 배관이라고 하는 공종도 상당히 매력적인 것 같다. 어느 공종은 위험해 보이고, 어느 공종은 지루해 보이고... 근데 배관은 무난해 보인달까. 자재들도 눈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마당에 어쩌다보니 공무로 간택당해서 행정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가끔씩 현장에서 다른 반장님들 손을 거들어주기도 한다. 주로 알곤 가스 배달을 가거나, 발전기에 들어가는 경유를 채워주는 역할도 한다. 내가 현장에 트럭타고 출동하면 다들 반겨주시니까 좋긴 하다. 다른 공종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배관업체는 조금 덜(?) 거칠고 점잖하게 작업을 해서 마음에 든다. 공무는 일이 편한 대신에 발전가능성이 낮고, 일당이 오를 일이 없다. 일단은 여기 공기가 4월 중순까지니까 그 때까지 공무하면서 또 다른 곳으로 점프할 지 알아봐야겠다. 또 여기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할 지, 아니면 또 다른 업체에서 일할지 모르겠다.